2013 협동복지기금 지원사업 ① 텃밭에서는 무엇하고 놀지?

관악산 들머리, 계곡 옆으로 난 샛길을 따라 십여 분 올라가면 조그만 텃밭이 있습니다. 봄날의 햇볕을 고스란히 등에 진 양지바른 곳, ‘관악산 자연학습원’입니다.

이곳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후, ‘희망 신나는 문화학교’ 어린이들과 텃밭 가꾸기 수업이 열립니다. 협동복지기금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지난 3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관악구에서 조성한 이 자연학습원은 계절별로 농작물을 심고 가꾸는 농사체험 공간입니다. 박혜선 조합원은 이곳의 일부를 임대해 ‘텃밭에서는 무엇하고 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연환경을 접하기 힘든 도시 어린이들에게 농사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여, 생명의 소중함, 자연 순환의 원리, 먹을거리의 중요성, 환경보전의 필요성 등을 알리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입니다.




지난 4월 22일에는 옥수수와 콩 심기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토종 옥수수와 쥐이빨 옥수수, 그리고 울타리콩을 심고 관찰일기를 작성하면 끝입니다. 수업에 앞서 선생님이 옥수수에 대한 책을 읽어주고, 옥수수의 한 해 살이, 암꽃과 수꽃 등을 설명합니다.

사전 학습을 끝마쳤으니 이제는 옥수수 알갱이와 콩을 땅에 심을 차례입니다. 우선 호미로 땅을 일구는 작업부터 하고요. 옥수수는 텃밭 가장자리에 심을 계획이기 때문에 울타리와 5센티미터 정도 간격을 두고 호미질을 합니다. 



그때 한쪽에서 웅성웅성 소란스럽기 시작합니다. 땅을 파다가 그 속에서 벌레 한 마리가 나온 것입니다. 호미로 들었다 놓았다 난리가 났습니다. “못살게 굴면 안 돼요.” 하는 선생님의 타이름에 그제야 아이들이 아쉬운 듯 벌레를 놓아줍니다. 그러고는 이내 수업시간 집중모드 돌입!

옥수수는 한 번에 세 알씩 심습니다.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 손가락으로 땅을 꾹 눌러 커다란 구멍을 세 개 낸 후, 그 속에 옥수수를 한 알씩 넣고 흙을 덮습니다. 이때 흙을 너무 두껍게 덮으면 새싹이 나지 않을 수 있고, 또 너무 얇게 덮으면 새들이 와서 쪼아 먹을 수 있으니 흙을 덮는 양을 조절하는 게 관건입니다.




그런데 왜 옥수수는 세 알씩 심는 걸까요? 선생님이 묻자 아이들이 대답합니다. “더 맛있으라구요.” “세 개가 모여서 하나가 돼요!” “세쌍둥이 키워서 먹을라구요.”우리 조상들이 세 알씩 심었던 이유를 선생님이 알려줍니다. “한 알은 사람이 먹고, 한 알은 새들이 먹고, 또 한 알은 동물들이 먹으라고 그랬던 거예요.”


옥수수는 60센티미터 간격으로 심습니다. 줄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손으로 대강 폭을 잽니다. 이때 내 손의 한 뼘이 대강 몇 센티미터인지 알고 있다면 도움이 됩니다. 성인의 경우 한 뼘이 20센티미터 정도이므로, 손이 작은 아이들은 15센티미터로 계산해서 세 뼘 반 정도 간격으로 옥수수를 심습니다. 모두 다 심은 후엔 이름표를 써서 꽂아둡니다.

옥수수 심기가 끝난 후에는 오늘 수업한 내용을 관찰기록장에 적어봅니다. 오늘 심은 씨앗을 확대경으로 관찰하며 그려보기도 하고요, 수업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합니다.




‘텃밭에서는 무엇하고 놀지’ 수업은 앞으로 월요일 오후 4시, 관악산 자연학습원에서 열립니다.

씨앗 뿌리기에 이어 모종 심기, 밭 매기, 버팀대 세우기, 웃거름 주기, 수확하기를 배우고 직접 수확한 재료들로 요리를 해서 잔치도 벌일 예정입니다. 사업이 끝나는 10월 마지막 주에는 그동안 배운 내용을 그림이나 연극으로 발표하고 사진전 등을 개최해서 지역주민들과도 나눌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