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복지사업 살펴보기'에 해당되는 글 48건

  1. 2013 협동복지기금 지원사업 ③ 뜨개질과 함께 하는 자아여행
  2. 2013 협동복지기금 지원사업 ② 우리 엄마는 뭐할까?
  3. 2013 협동복지기금 지원사업 ① 텃밭에서는 무엇하고 놀지?

2013 협동복지기금 지원사업 ③ 뜨개질과 함께 하는 자아여행

사람 마음이란 참 요상합니다. 마음대로 못하는 게 바로 그 마음이지요. 나도 모르는 내 속마음을 알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생활의 고단함이나 이유 없는 우울함을 풀고 싶다면? 그렇다고 심리 상담이나 치료는 부담스럽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요?


‘뜨개질과 함께 하는 자아여행’은 그러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 속마음을 나누면서 심리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소통을 통한 내면의 치유! 그것이 ‘소통과 치유’가 추구하는 바입니다.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자리는 많지만 자신의 내면까지 드러내어 공유하는 기회는 좀처럼 갖기가 어렵습니다. 지속적인 만남을 위해선 매개가 필요했고, 뜨개질은 좋은 수단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 뜨개질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심리 강좌를 들었습니다. 성격 유형 검사인 MBTI와 인생 그래프 그리기 등을 하며 참여자들끼리도 점점 마음의 벽을 허물었습니다.



뜨갯감으로 가방을 선정한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가방은 물건을 넣어 들고 다니기 편리하도록 만든 물건입니다. 그 속에는 무엇이든 담을 수 있습니다. 그처럼 내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다양한 감정들, 기쁨, 슬픔, 분노, 고마움과 그리움까지도 꺼내어 담아 보자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다섯 달여 남짓 모임을 이어온 결과 각자 한 개의 가방을 완성하였습니다. 서투른 솜씨나마 정성을 담아 마무리 하였습니다. 크기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여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하였고, 손잡이 부분은 특히 신경을 써서 멋을 부렸습니다. 

마침내 지난 5월 20일(월)에는 소중한 지인을 초청하여 가방을 전달하는 행사를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진행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만나 30여 년 동안 알고 지내며 힘든 시절 의지가 되어 준 친구, 알게 지낸 지는 몇 년 안 됐지만 여러 가지 활동을 같이 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고 있다는 언니 동생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서로 만나게 된 사연과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이야기하자니,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자연스레 치유가 되는 듯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가방을 다른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하나에서 둘, 둘에서 넷으로 이어지는 소통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소통과 치유’는 앞으로도 개인적 수준에만 머무르기 쉬운 소통의 경험을 여성들의 연대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오는 9월까지 뜨개가방 만들기를 계속하며 나의 꿈 분석, 애도 상담, 여성 폭력과 임파워먼트 등 심리 강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건전한 커뮤니티 형성에 이바지 하고, 참여자들에게는 자녀를 비롯한 가족 간의 소통과 연대감 증진을 이루는 것이 목표입니다. 진정한 소통의 힘으로 여성들이 보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를 응원합니다.

2013 협동복지기금 지원사업 ② 우리 엄마는 뭐할까?



사회참여의 의지와 활동공간이 있는 여성들에게 활동의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가 가족을 포함한 자녀와의 관계입니다. 바쁜 엄마를 둔 여성 활동가의 자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희 엄마는 무슨 일 하니?” 혹은 “너희 엄마는 뭐가 그리 만날 바빠서 애도 안 챙긴대?”와 같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자랍니다.  
여성 대중과 소통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지지와 이해가 가장 중요한데, 아직도 많은 여성 활동가들에게 이 부분은 풀기 힘든 숙제입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진주 지역의 여성단체 활동가들과 그 자녀들이 함께 하는 캠프가 탄생했습니다.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발로 뛰는 엄마 활동가들이 정작 놓치고 갈 수 있는 자녀와의 소통을 돕고자 프로그램을 짜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5월 11일(토)~12일(일), 섬진강변의 펜션으로 25명의 여성 활동가와 자녀들이 함께 떠났습니다.

엄마와 자녀 소통을 위한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한국EAP상담협회의 전문 강사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세탁기 게임, 좀비 게임 등 몸으로 하는 놀이를 통해 참가자들 간의 어색함을 날리고 무장해제시킨 후에 본격적으로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엄마와 자녀가 서로에게 바라는 점은 어떤 것이며 현재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나누면서 조금은 뜨끔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눈물을 짓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진솔한 마음을 나누고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갔습니다. 



저녁식사를 한 후 여러 엄마들이 몸담고 있는 진주여성민우회의 홍보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말로 풀어내는 것보다 영상으로 보니 엄마의 직장을 조금 더 쉽고 이해하는 듯 했습니다. 동영상을 보고 나서 퀴즈를 낸다고 하니 아이들의 집중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다음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펜션 앞마당에서 몸 풀기 게임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섬진강변을 함께 산책하며 평소에는 나누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꿀맛 같은 아침식사를 하고 하동에 있는 쌍계사로 이동하였습니다. 엄마와 자녀들이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카메라에 서로의 추억을 담았습니다. 캠프가 끝난 후에 진주여성민우회 온라인 카페에 사진을 올려서 시상을 하는 ‘포토콘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하며 짧고 아쉬운 시간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1박 2일은 엄마가 하는 일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알려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엄마가 가치 있고 즐거운 일을 하고 있다는 좋은 느낌을 나누기에는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의 소중함과 특별함을 인정하고 모두가 자기답게, 행복하게 살면서 믿고 지지하는 훈련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각장의 영역에서 파이팅하며 엄마와 자녀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기를 기대합니다.

2013 협동복지기금 지원사업 ① 텃밭에서는 무엇하고 놀지?

관악산 들머리, 계곡 옆으로 난 샛길을 따라 십여 분 올라가면 조그만 텃밭이 있습니다. 봄날의 햇볕을 고스란히 등에 진 양지바른 곳, ‘관악산 자연학습원’입니다.

이곳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후, ‘희망 신나는 문화학교’ 어린이들과 텃밭 가꾸기 수업이 열립니다. 협동복지기금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지난 3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관악구에서 조성한 이 자연학습원은 계절별로 농작물을 심고 가꾸는 농사체험 공간입니다. 박혜선 조합원은 이곳의 일부를 임대해 ‘텃밭에서는 무엇하고 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연환경을 접하기 힘든 도시 어린이들에게 농사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여, 생명의 소중함, 자연 순환의 원리, 먹을거리의 중요성, 환경보전의 필요성 등을 알리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입니다.




지난 4월 22일에는 옥수수와 콩 심기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토종 옥수수와 쥐이빨 옥수수, 그리고 울타리콩을 심고 관찰일기를 작성하면 끝입니다. 수업에 앞서 선생님이 옥수수에 대한 책을 읽어주고, 옥수수의 한 해 살이, 암꽃과 수꽃 등을 설명합니다.

사전 학습을 끝마쳤으니 이제는 옥수수 알갱이와 콩을 땅에 심을 차례입니다. 우선 호미로 땅을 일구는 작업부터 하고요. 옥수수는 텃밭 가장자리에 심을 계획이기 때문에 울타리와 5센티미터 정도 간격을 두고 호미질을 합니다. 



그때 한쪽에서 웅성웅성 소란스럽기 시작합니다. 땅을 파다가 그 속에서 벌레 한 마리가 나온 것입니다. 호미로 들었다 놓았다 난리가 났습니다. “못살게 굴면 안 돼요.” 하는 선생님의 타이름에 그제야 아이들이 아쉬운 듯 벌레를 놓아줍니다. 그러고는 이내 수업시간 집중모드 돌입!

옥수수는 한 번에 세 알씩 심습니다.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 손가락으로 땅을 꾹 눌러 커다란 구멍을 세 개 낸 후, 그 속에 옥수수를 한 알씩 넣고 흙을 덮습니다. 이때 흙을 너무 두껍게 덮으면 새싹이 나지 않을 수 있고, 또 너무 얇게 덮으면 새들이 와서 쪼아 먹을 수 있으니 흙을 덮는 양을 조절하는 게 관건입니다.




그런데 왜 옥수수는 세 알씩 심는 걸까요? 선생님이 묻자 아이들이 대답합니다. “더 맛있으라구요.” “세 개가 모여서 하나가 돼요!” “세쌍둥이 키워서 먹을라구요.”우리 조상들이 세 알씩 심었던 이유를 선생님이 알려줍니다. “한 알은 사람이 먹고, 한 알은 새들이 먹고, 또 한 알은 동물들이 먹으라고 그랬던 거예요.”


옥수수는 60센티미터 간격으로 심습니다. 줄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손으로 대강 폭을 잽니다. 이때 내 손의 한 뼘이 대강 몇 센티미터인지 알고 있다면 도움이 됩니다. 성인의 경우 한 뼘이 20센티미터 정도이므로, 손이 작은 아이들은 15센티미터로 계산해서 세 뼘 반 정도 간격으로 옥수수를 심습니다. 모두 다 심은 후엔 이름표를 써서 꽂아둡니다.

옥수수 심기가 끝난 후에는 오늘 수업한 내용을 관찰기록장에 적어봅니다. 오늘 심은 씨앗을 확대경으로 관찰하며 그려보기도 하고요, 수업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합니다.




‘텃밭에서는 무엇하고 놀지’ 수업은 앞으로 월요일 오후 4시, 관악산 자연학습원에서 열립니다.

씨앗 뿌리기에 이어 모종 심기, 밭 매기, 버팀대 세우기, 웃거름 주기, 수확하기를 배우고 직접 수확한 재료들로 요리를 해서 잔치도 벌일 예정입니다. 사업이 끝나는 10월 마지막 주에는 그동안 배운 내용을 그림이나 연극으로 발표하고 사진전 등을 개최해서 지역주민들과도 나눌 예정입니다.